주요 교역국 실물지표 바닥, 중국 산업생산 사상첫 감소미국 성장률도 하향조정, 경기침체 장기화 가능성 높아재정적자에 금리인하 여력 부족… 韓 0% 성장 직면하나
  • ▲ 특별입국절차 적용대상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주변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권창희 기자
    ▲ 특별입국절차 적용대상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주변 거리에서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권창희 기자
    중국발 코로나19(우한폐렴)이 전세계 성장동력을 마비시키고 있다.

    각국은 금리인하·양적완화 등 긴급 통화정책과 경기부양책을 쏟아붓고 있지만 경기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지난해 경제성장률 2.0%를 턱걸이한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중국·유럽·미국 등 주요 교역국 실물지표가 바닥을 치면서 성장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상반기 마이너스(-) 이견 없어…수요·공급 '꽁꽁'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산업생산은 전년동기대비 13.5% 급감했다. 중국의 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건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산업지역이 봉쇄되는 등 운영 자체를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같은기간 소매판매는 -20.5%를 기록했고 시설투자를 가리키는 고정자산투자 수치도 24.5% 감소했다. 도시 실업률은 6.2%로 치솟았다.

    당초 시장의 예상감소치를 뛰어넘는 지표에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첫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정부는 전염병 방역에 성공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경제의 정상화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중국경제는 초유의 '제로 성장'이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코스피가 급락세로 출발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74.02포인트(4.32%) 내린 1,640.84로 출발했다.ⓒ연합뉴스
    ▲ 코스피가 급락세로 출발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74.02포인트(4.32%) 내린 1,640.84로 출발했다.ⓒ연합뉴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분기 0%, 2분기 -5%로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앞서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1분기 0.7%, 2분기 0%로 내다봤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가 7월, 혹은 8월 어쩌면 그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OECD는 이달초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4%로 0.5%p 하향했다. 중국은 5.7%에서 4.9%로 내렸고 한국도 2.3%에서 2.0%로 주저앉았다.

    전문가들은 OECD의 5월 전망보고서에서 이 전망치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경제는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블랑샤르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금융위기와는 달리 공급과 수요가 모두 줄어들면서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차 추경, 추가 금리인하론…韓 더 쓸 카드 '바닥'

    전세계를 휩싼 마이너스 공포는 한국도 피하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기준금리 0.5%p 인하를 발표한 자리에서 "올해 한국성장률 전망은 당초 전망한 2.1%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 숫자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전망하는 것은 현재로서 가능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에는 "코로나19 충격이 1분기에 상당히 집중될 것"이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실제로 한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데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외부문이 민감하고 대(對)중국 교역비중이 큰 한국경제가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하반기 경제성장이 반등한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를 하회하는 0%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은 "문제는 하반기 성장동력인데 제대로된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이 역시 불투명하다"며 "코로나 사태는 공급과 수요 모두 연관된 문제여서 경기침체 규모는 과거 금융위기보다 더 클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추락한 경기를 부양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고심끝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했지만 벌써부터 추가인하론이 나오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한은은 통화정책 대응에 소극적이었지만 미 연준이 큰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통화정책 운용부담이 완화됐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0.75%로 내려앉은 기준금리를 추가인하해도 경기부양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미 연준이 이미 제로금리를 선언한 상태에서 인위적인 통화정책은 오히려 자본유출만 부출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과 함께 쌍끌이 부양의 한축인 재정투입도 여력이 부족해 보인다.

    정부는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추경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정치권은 20조원에 육박하는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추경안만으로도 10조3000억원의 적자국채 발행을 각오한 재정당국은 막연한 재정투입이 부담될 수 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적자국채발행은 6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34조3000억원보다 25조9000억원이 늘었다"며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위한 재원 대부분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채무비율이 2023년 4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경기침체 영향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될 경우 이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 증가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 재정준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